안녕하세요, 이웃님들! 10년 넘게 문구 덕질을 하고 있는 프로 기록러입니다. 😊
창밖을 보니 벌써 거리에 패딩 입은 분들이 꽤 보이네요. 이런 늦가을, 초겨울 날씨가 되면 저는 이상하게 ‘손으로 쓰는 맛’이 그리워지더라고요. 차가운 디지털 키보드 대신, 사각거리는 종이 질감과 손에 착 감기는 펜의 온기 말이죠.
아마 이 글을 클릭하신 분들도 “나를 위한 특별한 펜 하나쯤 갖고 싶다”는 로망이 있으실 거예요. 기성품도 좋지만, 작가의 손길이 닿은 수제 만년필에 눈독 들이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말입니다… (갑자기 진지) 😅
제가 처음 수제 만년필에 입문했을 때, 정말 처참하게 실패했던 거 아시나요? “예쁘니까”, “장인이 만들었으니까” 하며 덜컥 샀다가 서랍 속에 모셔두기만 한 펜이 한두 자루가 아니랍니다. 오늘은 저처럼 수업료 비싸게 내지 마시라고, 제가 10년간 겪은 시행착오와 진짜 실용적인 고르는 팁을 아주 솔직하게 털어놓을게요.
🖋️ 요즘 만년필 트렌드: ‘보여주기’에서 ‘쓰기’로
제가 요즘 인스타그램이나 문구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몇 년 전만 해도 화려한 마블링, 반짝이는 자개 장식 같은 ‘관상용 펜’이 압도적으로 인기였거든요. 책상 위에 올려두고 사진 찍으면 예쁘니까요.
그런데 최근엔 좀 다릅니다. ‘필사(베껴 쓰기)’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실제로 1시간 이상 쥐고 있어도 손이 아프지 않은 ‘실사용(Daily Driver)’ 중심의 수제 펜을 찾는 분들이 늘었어요. 아무리 예뻐도 내 손에 안 맞으면 결국엔 안 쓰게 된다는 걸, 다들 경험으로 알게 된 거죠.
⚠️ 나의 뼈아픈 실수: 예쁜 쓰레기를 모으다
저도 처음엔 예쁜 게 최고인 줄 알았어요. 제 실패담을 먼저 들려드릴게요. 이걸 피하시면 절반은 성공입니다.
1. “묵직한 게 고급스럽지!” 황동 펜의 배신
처음에 어느 공방에서 깎은 황동(Brass) 만년필을 샀어요. 손에 쥐었을 때 그 묵직함! “와, 이게 진짜 펜이지” 싶었죠. 그런데 막상 일기를 쓰려고 앉으니 10분 만에 손목이 시큰거리더라고요. 무게가 40g이 넘어가면 필기용이 아니라 호신용 무기라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무게 중심이 뒤로 쏠려서 글씨도 날아가고요. 결국 관상용으로 전락했죠.
2. 그립부 재질을 무시하다
배럴(몸통)이 너무 예쁜 레진 펜을 샀는데, 그립부(손 잡는 부분)가 매끈한 금속(메탈)으로 마감된 펜이었어요. 제가 손에 땀이 좀 있는 편이거든요? 글씨 좀 쓰다 보면 손이 줄줄 미끄러져서 펜을 고쳐 잡느라 집중이 다 깨졌어요. 디자인만 보고 ‘그립감’을 놓친 대표적인 실수였죠.
3. 과도한 ‘연성(Flex)’ 닙에 대한 환상
수제 만년필의 꽃은 닙 튜닝이라고 해서, 글씨 굵기가 변하는 ‘연성 닙’을 주문한 적이 있어요. 캘리그라피 영상 보면 멋지잖아요? 하지만 정작 저는 다이어리에 깨알같이 메모하는 스타일인데, 잉크가 콸콸 쏟아져서 뒷장까지 다 비치고 글씨는 뭉개지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내 필기 습관을 무시한 스펙 욕심은 재앙입니다. 😭
✅ 실패 끝에 찾은 성공 노하우 5가지
수업료 깨나 내고 나서야 비로소 ‘평생 쓰는 펜’을 고르는 기준이 생겼어요. 이 기준대로 고른 펜들은 지금도 제 필통 속에 현역으로 살아있답니다.
1. 내 손 크기에 맞는 ‘배럴 지름’ 찾기
이거 정말 중요해요. 손이 작은데 굵은 ‘몽블랑 149’ 스타일의 수제 펜을 쥐면 금방 피로해져요. 반대로 손이 큰데 얇은 펜을 쥐면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제가 여러 번 재보니, 저는 그립부 지름이 10mm~11mm일 때 가장 편안하더라고요. 집에 있는 가장 편한 볼펜 지름을 자로 재보세요. 그게 여러분의 기준점입니다.
2. 소재는 ‘에보나이트’나 ‘셀룰로이드’ 추천
화려한 아크릴도 좋지만, 수제 만년필의 참맛은 에보나이트 소재라고 생각해요. 고무를 경화시킨 소재인데, 손에 쥐었을 때 차갑지 않고 체온과 비슷하게 따스해져요. 그리고 묘하게 손에 착 붙는 마찰력이 있어서 미끄러지지 않죠. 땀 많은 저에게는 구세주 같은 소재였어요.
3. 캡을 뒤에 꽂을 것인가, 말 것인가? (밸런스)
수제 펜 중에는 캡을 뒤에 꽂으면(포스팅) 무게 중심이 확 뒤로 쏠리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캡을 꽂지 않고 쓰는 편이라 ‘배럴 자체의 길이’가 12cm 이상 되는지 꼭 확인합니다. 너무 짧으면 캡을 꽂아야만 쓸 수 있는데, 그럼 밸런스가 무너지기 쉽거든요.
4. 닙은 ‘검증된 브랜드’의 닙을 쓰는지 확인
펜 몸통은 수제라도, 닙(펜촉)은 독일의 요보(Jowo)나 복(Bock) 사의 닙을 사용하는 곳이 안전합니다. 자체 제작 닙은 퀄리티 편차가 너무 커요. 특히 ‘필기감’을 중시하신다면, 검증된 닙을 작가님이 한 번 더 튜닝(검수 및 조정)해서 보내주는 곳을 선택하세요. “사각거림이 좋으세요, 부드러운 게 좋으세요?”라고 물어봐 주는 공방이 ‘찐’입니다.
5. A/S와 소통 가능성
수제 펜은 쓰다 보면 캡이 헐거워지거나 잉크 흐름이 막힐 때가 있어요. 해외 유명 작가 펜도 좋지만, 의사소통이 빠르고 수리가 용이한 국내 공방이나, 피드백이 확실한 작가님의 펜을 고르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저는 1년 뒤에 캡 수리를 무료로 해주셨던 작가님께 감동받아 평생 단골이 되었답니다.
✨ 한눈에 보는 비교: 과거의 나 vs 현재의 나
| ❌ 과거의 실수 (Bad Choice) | ⭕ 현재의 정착템 (Good Choice) |
|---|---|
| 무게: 45g 이상 (황동/금속) 손목 터널 증후군 올 뻔함. |
무게: 20g~25g (에보나이트/우드) A4 3장을 써도 거뜬함. |
| 닙: 무조건 연성(Flex) 닙 잉크 콸콸, 일상 필기 불가능. |
닙: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F/M닙 속기에도 끊김 없고 깔끔함. |
| 그립: 매끈한 금속 섹션 땀나면 미끄러워 계속 고쳐 잡음. |
그립: 샌딩 처리되거나 같은 수지 재질 손가락에 착 붙어 안정감 최고. |
| 구매 기준: 화려한 마블링 패턴 책상 장식품으로 전락. |
구매 기준: 캡 밀폐력 & 무게 중심 가방에 넣고 다니는 데일리 펜. |
- 1. 무게 중심: 전체 무게보다 밸런스가 중요해요. 캡을 꽂지 않고 쓸 수 있는 길이감을 추천합니다.
- 2. 소재의 온도: 차가운 금속보다는 에보나이트나 나무 같은 ‘따뜻한 소재’가 장시간 필기에 유리해요.
- 3. 커스텀의 본질: 화려함보다 ‘내 손에 맞는 닙 튜닝’을 요청하세요. 이것이 수제를 쓰는 진짜 이유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수제 만년필은 잉크가 금방 마르지 않나요?
좋은 질문이에요! 예전 공방 펜들은 기밀성이 좀 떨어져서 잉크가 마르곤 했는데요, 요즘 실력 있는 작가님들은 캡 안에 ‘이너 캡(Inner Cap)’을 설계하거나 나사산을 정교하게 깎아서 기성품 못지않게 밀폐력을 잡으셨더라고요. 구매 전 리뷰에서 “한 달 뒤에 써도 바로 나오나요?”를 꼭 체크해보세요.
Q2. 제작 기간이 3개월이라는데 기다릴 가치가 있을까요?
저도 처음엔 성격이 급해서 못 기다렸는데요, 막상 받아보니 그 기다림 자체가 ‘스토리’가 되더군요. 내 펜이 깎이고 있다는 설렘? 그리고 급하게 만든 펜보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 건조하고 마감한 펜이 변형도 적고 훨씬 견고해요. 잊고 살다가 선물처럼 도착했을 때의 기쁨, 강력 추천합니다.
Q3. 초보자가 바로 수제 펜으로 가도 될까요?
음, 저는 솔직히 ‘비추’합니다. 😅 5만 원대 가성비 만년필(라미, 파이롯트 등)로 본인의 취향(F촉인지 M촉인지, 가벼운 게 좋은지 무거운 게 좋은지)을 먼저 파악하신 뒤에 주문하셔야 실패가 없어요. 기준 데이터 없이 주문하면 저처럼 수업료만 날리게 된답니다.
오늘은 제가 10년간 쌓아온 수제 만년필 데이터를 탈탈 털어보았습니다. ^^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오늘 밤엔 따뜻한 차 한 잔 옆에 두고 사각사각 일기 한 줄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
혹시 눈여겨보고 계신 공방이나 작가님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저도 구경 가고 싶네요. 😊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 꾹! 부탁드려요~

